일상

시월의 올림픽공원 즐기기

울몰 2021. 10. 21. 22:50

아침 산책을 나선다. 공원의 나뭇잎 색감이 화사하면서도 건강한 아가씨의 화장같다.
우리 가족이 스마일이라 이름 붙인 조형물 주변에 고등학생들이 많다.
사생대회가 있는지 그림 그릴 도구를 들고 각자 자리를 찾아 삼삼오오 흩어지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공원에 가득차 공원이 코로나 전처럼 활기가넘치고 있다.


이틀 동안 걷지 못하여 다리고 가슴이고 답답했는데, 몽촌토성 위를 걸으며 다리에 건강한 탄력이 솟아남을 느낀다. 유비가 비육지탄(肥肉之嘆)을 말하며 눈물 흘린 것에 공감한다.
성곽 아래로는 목책이 있다.

외적이 침입했을 때 임시 방어용으로 제 구실을 했을 것이다. 요즘엔 목책 주변으로 고양이가 동네를 이루고 살고 있다.
해맞이 동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아직도 백제 문화재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

발굴 장소를 지나면 500년 된 은행 나무가 있고 푸른 잔디받 저쪽으로 나홀로 나무가 있다.
오늘도 역시 잔디밭을 누비며 웨딩 촬영,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해맞이 동산에 잠시 앉아 시야를 멀리 해본다.
핸드폰을 자주 봐서인지  뻑뻑하고 피곤하던 눈이 휴식을 취한다. 그저 멍하니 아무 생각도 없이  앉아 있는 이 시간에 감사한다.


멀리 평화의 광장 만국기를 내려다보며 인생은 마음 먹은대로 된다는 사실에 또 한번 감사하고 감사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88올림픽을 이야기하다가, 그 현장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버스를 타고 잠실역에 내려서 올림픽공원에 처음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남양주 덕소에 살았는데 주말에 가끔 버스를 타고 잠실 교보문고에 오는 것이 문화 생활의 하나였다. 평화의 광장
만국기 앞 호수에 앉았을 때 그 느낌이 어찌나 편하고 좋은지 이 근처에서 살고 싶다고, 그러면 정말 좋겠다고, 교보문고도 자전거 타고 갈 수 있는 이곳에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런데 어쩌다보니 진짜 우리가 이곳에서 살고 있고 아이들은 이 동네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이제 대학생이 되었고, 나의 산책 코스가 되었다.
공원의 야생화 정원쪽에는 아직도 핑크뮬리가 주변은 물론 마음까지 핑크색으로 만들고 있다.
그 옆의 빨갛게 물이 든 댑싸리가 눈부시게 하늘거린다.


한성백제박물관을 지나 들꽃마루로 가는 오솔길은 공원 산책로 중 아끼는 곳이다. 바로 옆은 차가 다니는 큰 대로인데 이 길은 고즈넉한게 전혀 다른 세상이다. 천천히 걸어 본다.
들꽃마루엔 늦게 심은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개량종인지 일반적인 코모스보다 잎이 크다.
코스모스는 언제라도 마음을 중학생 시절로 데리고 간다. 섬마을 동네 한길엔 코스모스가 길게 심어져 있었고, 학교  안에도 통학로에 쭈욱 심어져 있었다. 등굣길에 만나는 아침 코스모스  풋풋한 향기가 좋아서 누구보다 먼저 맡으려고 학교엘 일찍 갔다.

장미광장엔 4월말 부터 추워지기 전까지 온갖 예쁜 장미를 만날 수 있다. 관리가 잘되어 항상 갓 피어난 장미가 반기는데, 같은 꽃인데도 봄 여름 가을 그 느낌이 다르다. 난 가을 장미가 참 매력있다.
이제 추워지면 이 장미 나무들은 짚으로 이불을 뒤집어 쓰고 모습을 감춘다.

예전에 어느 어른이 올림픽 공원은 백제의 혼이 흐르고 있다고 했다. 백제는 꺼지지 않은 불꽃을 지녔기에 지금도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 그 온기로 모두 행복하다고 했다. 그 말씀에 완전 공감한다.
백제의 상징은 금동대향로인데 평화의 문 앞에는 88올림픽때부터 성화가 계속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들 편안하고 행복하다. 올림픽공원 옆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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