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시월 저녁 올림픽공원 걷기

울몰 2021. 10. 3. 22:49

벌써 15년쯤 흘러간 것 같다.
허리가 너무나 많이 아파서 서지도 눕지도 걷지도 못하고 괴로운 적이 있었다.
걷는 사람은 그 신분과 하는 일이 뭐든 모두 부러웠다.
내가 걸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때도 과외를 하고 있었기에 수업을 쉬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도 아팠기에 무릎을 꿇고 수업을 했다.
아침 일찍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정형외과 들려서 물리치료 받고 약 처방을 받아 약까지 먹었다.
약국에서 이 약을 오래 먹으면 좋지 않다며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그때부터 시작한 걷기는 이제 하루 식사와 갔다.
거의 매일 만 보 이상을 걷는다.
몸이 좋지 않는 날은 허리가 '나 여기 있어', 왼쪽 엄지 발가락이 '나 여기 있어' 하고 신호를 보낸다.
'알았어, 알았어 ' 하며 2천 보쯤 걸으면 느낌이 없어진다.
글씨를 쓸 때 자세 때문인지 왼쪽 다리에 힘이 없고 살짝 절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그것도 걷다 보면 힘이 생기며 바르게 걷게 된다.


올림픽공원 근처에 살게 된 것은 내게 축복이다.
언제든 쉽게 나가 걸을 수 있다.
여름엔 주로 아침 일찍 걸었는데,  오늘은 수업을 마치고 밤에 걸었다.
아침엔 맑은 기운으로, 낮엔 밝고 평화로운 기운으로, 밤엔 편안하고 느긋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많은 사람이 찾아와도 번잡하지 않고, 사람이 없으면 한가한 공원이 "네가 최고야"라며 엄지척을  하며 맞이한다.

벌써 나무 색깔이 살짝 달라져서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낀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아서 걷기 좋다.
왼쪽 다리에 힘이 약함이 느껴져서 다리에게 '그래 너가 거기 있지. 그래 그래 고마워'하며 걷는다.
밤이라 몽촌토성 아래로만 한바퀴를 돌아야겠다.
이렇게 돌면 7천 보에서  8천  보쯤  걷게 된다.
잠자리  호수를 지나 무궁화 길  근처에서 보는
토성위의 나무들이 조명에 근사한게 저 느낌을 그릴 수 있을까 하며 항상 올려다 본다.

평화의 문은 언제나 마음을 화사하게 한다.
물감을 좋을 것을 사용했는지 색감이 퇴색하지 않고 늘 그 화려함을 유지하여 환한 게 기분이 덩당아 화사해진다.

평화의 문 아래에는 성화가 88올림픽 이후 꺼지지 않고 타오르고 있다.
이 성화를 볼 때마다 백제의 상징 금동대향로가 떠오른다.  
백제의 옛 도성이 있던 자리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리고, 그 성화가 계속 타오르고 있다는 것은 백제의 혼이 계속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세상에 장소마저도 인연이라는 생각이든다.

넓은 광장에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 인라인을 타는 아이들, 보드를 타는 아이들,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코로나로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다들 마스크를 하고 나름의 저녁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이런 넓은 광장이 있어 맘껏 뛰는 아이들을 보며 '공원이 가까있어 참 좋구나'하며 둘러본다.
한성백제박물관을  오른쪽에 두고 돌아서
88잔디마당을 지나  체조경기장 앞을 거쳐 공원을 나선다.
엄지척 주변엔 아빠와 자전거 타는 아이들이 아직 많다.
모두 행복한 시간이다.
나도 다리가 또 허리가 건강해짐을 느낀다.

#올림픽공원
#엄지척
#평화의문
#걷기
#문인화서예유튜브지정ji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