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둘레길 21km 완주
개천절 대체 휴일로 완전한 휴가가 하루 생겼다.
이 황금같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가 송파둘레길이 생각났다.
완전 개통되어 송파를 한바퀴 돌 수 있다는데, 5시간 반 이상이 걸린다길래 그렇게 긴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깊이 생각도 없이 포기했는데 기회가 온 것이다.
날씨도 살짝 흐려서 걷기에 안성맞춤이겠다.
물, 커피, 사과를 준비하고 9시 50분에 집을 나섰다.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는 앞에는 도심 한복판이지만, 성내천을 따라 조금만 마천쪽으로 올라서면 '이곳이 서울이 맞나?' 할정도로 시골스러운 전원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 근처에서 농사 지은 농산물을 바로 파는 천막이 서너 군데 있다.
어제도 저녁에 할머니에게서 토란대와 상추와 새싹을 사왔다.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 가격도 저렴하고 싱싱하고 맛있다.
성내천 길은 평소에도 자주 걷는 곳이다.
송파도서관을 갈 때도 이 길을 걸어서 간다.
다리 밑에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성내천 물놀이장 앞에는 봄이면 특히 자주가서 만나는 멋진 버드나무가 있다.
일부러 가서 앞 의자에 앉아 멍 때리다온다.
아주 잘 생겼다.
언젠가는 저 녀석을 그리려 한다

마천동쪽으로 가면서 성내천에서 어떻게 장지천으로 이어지는지를 몰라서 살짝 걱정이 됐다.
'안내판이 있겠지' 하며 물오리 가족에게도 인사하며 씩씩하게 걸었다.

'어? '그런데 마천동 끝까지 갔는데 길이 끊겼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곳이 시작이라고 한다.

안내가 이상하다.
네이버 들어가서 확인하니 성내 4교에서 위로 올라가라고 한다.
한참을 더왔다. 다시 돌아서 내려가니 성내 1교가 나온다.
'이거 뭐야! 왜 못봤지? ' 4교까지 내려가니 안내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성내천 밖으로 나가야 되는거라면 표지판을 더 크고 확실하게 해야겠다.
나처럼 무심코 성내천 따라서 쭉 올라가는 사람들이 더 있을 것 같다.

이것을 보고 위로 올라가야한다.
"성내4교이다"
일반 차도 옆 인도를 걸어서 장지동쪽으로 쭉 가야한다.
그냥 동네를 지나가는 곳으로 전체 송파둘레길중 제일 관리가 안된 구간이다.
뭔가 새로운 길 연구가 필요하다.
장지공원에도 안내가 돼 있다.
주황색 송파둘레길 띠가 도움이 많이 됐다

이제 걷게 될 곳은 메타세콰이어길이다.
송파둘레길 중 산길은 여기 뿐이다.
아까 길을 못찾아 고생한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곳이다.

새로운 길이 주는 신선함까지 있어서 부지런히 걸어본다.
야트막한 산을 하나 넘었다.
이제 살짝 지치는 것 같다.
바닥에도 안내가 있다.

'왜 성내천에는 없었을까?'
다시 작은 산을 넘으니 장지천이 나온다.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스스로 대견하다.
작은 풀꽃을 만나 인사하며 걷는다.

걷는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많은데 보행자 길이 따로 있어서 편하게 걸을 수 있으니 좋다.

이제 탄천길이다.
집을 나선지 2시간쯤 지났다.
걸음이 자꾸 느려진다.
처음으로 앉아서 쉬어본다.
역시 물이 최고야.
땀이 많이 나서 손수건을 이마에 동여맸다.
탄천이란 이름의 유래 관련 만화가 그려져 있다.
탄천이 지진대인 것만 알았는데 동박삭과 관련돈 이야기가 있는 것을 처음알았다.

탄천에서 한강까지 가는 길이 이번에 마지막으로 이어진 길로 가장 길고 지루했다.


길가에 까마중이 익었길래 따서 먹으며 걸었다.
어려서 시골에서 많이 따 먹던 것이다.
간에 좋다고 아픈 어머니를 위하여 따러 다녔는데 여기서 만나니 반가웠다.

탄천은 성내천보다 훨씬 넓고 자연 그대로 있다.
수달이 살고 있다는 것이 맞는 말 같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을지 생각한다. 외래종 생태교란 식물들이 무성한 것에 걱정도 된다.
원래 어떤 식물이 살았을텐데 다 덮고 있다.
벗겨주고 싶다.
속에 있는 식물은 얼마나 답답할까.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탄천길은 완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가꾸어지지는 않았다.
쉼터도 더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쉴 곳이 멀리 있고, 벤치가 2개씩이라서 좁았다.
걷고 걷고 또 걷고, 강남면허시험장을 지나 드디어 한강이다.
'아이고 다리야'

한강이 얼마나 반가운지 느리던 걸음에 힘이 난다.
얼른 가서 라면이라도 먹어야겠다.

'역시 한강은 멋있어'
가슴이 뻥 뚫린다.
라면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한강을 끼고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날이 흐리면 흐린대로 운치있다.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 수영을 해서 한강을 건너는 사람, 보트를 타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집을 나선지 5시간이 지났다.
한참을 앉아서 놀다가 롯데 타워를 지나 드디어 우리의 성내천으로 들어섰다.
이제는 다리도 아프고 발도 아프고 걸음은 점점 느려진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국토 종주가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데 자신이 없어진다.
이렇게 좋은 길도 힘이 드는데 과연 걸을 수 있겠는가.
아산병원을 지나 올림픽공원 구간으로 들어섰다.
봄이면 벚꽃이 아주 예쁜 곳이다.


성내천 올림픽공원 북문쪽에 벼가 심어져서 익어간다.
농사가 제법 잘됐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아! 이제 우리 아파트가 보인다.
사실 벤치마다 앉아있다가 걷고 있다.
체대 근처에 오니 운동하는 학생들이 많다.
미래의 메달리스트들인가?

저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끝물인 코스모스에게 인사를 한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4시 45분이다.
7시간이 걸렸다.
다리는 아프지만 완주했다는 기쁨 때문인지 새로운 길을 걸어서인지 기분이 좋다.
그렇게 힘들지않고 걸을만 한 송파둘레길 완주다.
다음에 또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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