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백석(白石, 1912~?)
평북 정주 출생.
1935년 '정주성'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의 초기 시는 정주 지방의 사투리를 구사하거나 토속적인 소재들을 시어로 채택하여 파괴되지 않은 농촌 공동체의 정서를 드러냈다.
(정주 출신의 작가 김소월이 생각남)
토착어의 적절한 활용과 토속적 풍경을 배경으로 원초적 삶을 조명했다.
(구수한 평안도 사투리는 그 언어 자체로도 값진 자료가 되고, 언어를 지키기 위한 그 시대의 저항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백석 시에 나타나는 음식들은 모두 특정한 정신적 가치를 표상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 음식과 미각 경험은 공동체나 신성한 것들과 연결되어 정신적 차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평안도 지역의 음식 문화, 명절 문화를 알 수 있음)
자신의 어릴적 생활 반경과 연관된 고향 근처의 지명을 소재로 삼았으며, 삶의 리얼리티를 통한 민족 공동체적 연대감을 이끌어냈다.
1연 : 여승과 나의 대면(현재)
*여승 - 시적대상, 서사의 주인공
*가지취의 내음새 - 후각적적 이미지
속세와의 단절 ( 나물 섭취가 흔한 절에서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산사에 문힌 삶 표현)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 여승이 되었어도 고통스럽고 서러운 속세의 흔적이 여전히 느껴짐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 속세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여인에 대한 슬픔을 느낌.
여승의 비극적인 삶을 통한 시대적 현실의 고난과 아픔을 말함.
*합장(合掌): 두 손바닥을 합하여 마음이 한결같음을 나타냄. 또는 그런 예법
*가지취 : 산나물인 취나물의 일종
2연 : 여인과의 첫 만남 (과거 1)
*파리한 여인- 출가 전의 여승
*나어린 - 나이 어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 힘겹고 고달픈 삶 의 형상화 (청각의 시각화-공감각)
*금점판 : 예전에, 주로 수공업 방식으로 작업하던 금광의 일터
3연 : 여인의 비극적인 삶(과거 2)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죽음의 미화적 표현(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심화시킴)
*섶벌 : 재래종 벌의 하나.일벌
4연 : 여승이 되는 여인의 모습(과거 3)
*산꿩 - 감정이입(여인의 울음을 형상화)
*산절 - 현실의 고통을 초탈하기 위한 세계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 여인의 삭발 모습 - 한(恨)의 형상화
*마당귀 : 마당의 한쪽 모퉁이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서사적, 애상적, 감각적
◇주제 : 한 여인의 비극적 삶을 통해 본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수난
◇해제 : 이 시는 일제 강점기의 어려운 현실을 배경으로 힘겹게 살아가던 한 여인이 여승이 되기까지의 삶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민족의 비극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특징과 표현◇
• 역순행적 구성으로 여승의 삶의 궤적을 압축적으로제시함
• 화자를 관찰자로 설정하여 여승의 삶을 사실감 있게 전달함
• 감각적인 어휘 구사와 적절한 비유를 통해 비극적인 여인의 삶을 형상화함
힘든 시기일수록 약자들이 더 고달프게 살아간다.
일제 강점기 그 힘든 시기를 살아간 여성의 모습을 한 편의 단막극으로 보는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출가를 하는 모습이 우선 살기위해서는, 종교적인
모습이든 승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여승의 내일이 다 녹이고 밝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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