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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의 누런 소

일상

by 울몰 2026. 10. 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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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은 제법 넓어서 지금도 자동차가 넉넉하게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 2학년 때 이사 간 우리 집은 그 길의 끝에서 왼쪽으로 휘어져 있는데 엄마가 리어카가 드나들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우리 집을 지나면  대식이네가 끝집이었다. 그래서 조용하고 한적했다.
넓은 골목길 들어서서 오른쪽으로 안숙이네가 있었는데 문중 집안이었다. 엄마는 이사 가면서 부잣집 친척이 이웃이니 아무래도 낫지 않겠냐고 했다. 나중에 엄마의 말버릇 중 하나로 "친척집 황금송아지보다 내 돈 백 원이 낫다"가 자리 잡은 것은 아마 그 집 덕분이리라.
문제는 그 넓은 골목길을 안숙이네 누런 소 두 마리가 다 차지하고 앉아서 어린 내가 지나가는 것을 위협한다는 것이었다.
그 집은 대문 들어가는 오른쪽으로 외양간이 있었는데 소들이 낮에는 언제나 밖에 나와 있었다.
자기 집 안에 마당도 있고, 들어가는 입구도 제법 넓은데 왜 다른 집 지나가는 길에 나와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똥을 싸 놓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느 날 무심코 지나가는 내게 뿔을 들이밀며 위협을 한 것이 문제였다.
하마터면 뿔에 받힐뻔한 일이 있고 난 후 그 길을 지나가는 일이 두려움이 되었다. 이 소가 영리하여 어른과 지나가면 길을 비키는데 내가 지나가면 비키기는커녕 엎드려 숙이고 있던 고개를 쳐들었다.
고개를 자기 집 쪽으로 향하고 있다가도 괜히  움직이는 발도, 튼실한 뿔도 아주 위협적이었는데
어리다고 무시하는 게 분명했다.
자고 있으면 살살 걸어서 지나갔고, 안 무서운 척 시치미 떼고 지나가려다가 소가 움직이면 뒷걸음질을 했다.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위협도 해 보았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고, 부모님께 말을 해도 "소가 뭐 무섭다고 그려냐"라고 무시당했다.
소가 점령한 골목길은 항상 두려웠다.
소를 돌보는 이는 안숙이 아버지이자 내게는 할아버지뻘인  인상 좋은 분인데 소를 왜 밖에서 키우는지 이해가 안 돼 아버지께 투덜거리기도 많이 했다.

지금 어쩌다 가면 그 골목길은 한가하여 소도 없고, 항상 열려있어서  있는지도 몰랐던 대문은 굳건하게 잠겨있다.


#골목길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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